21세기는 시민사회 시대... 교회의 시민운동

 

 

시민사회와 시민운동

21세기 시민사회 시대에 있어서 시민운동이 거론되고 있는 이즈음, 현대적 의미의 시민사회란 정부라는 제 1영역과 시장이라는 제 2 영역에 대비되는 제 3의 영역, 즉 비정치, 비경제 영역을 일컫는 말이다. 이 영역은 정부로부터 정치를 소비하고, 시장으로부터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하는 영역이다. 이 시민사회의 영역은 상대적으로 권력과 금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영역인데, 여기에 교회를 비롯하여, 학교, 노동조합, 법률, 각종 문화영역에 속한 자율적 단체들이 포함된다. 아울러 이 영역은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자율적, 사적, 비영리 조직이기 때문에 국가의 윤리적 기반을 형성하는 핵심적 영역이자, 도덕적 지도력의 기반을 이루는 영역이기도 하다. 이 같은 시민사회의 성숙은 필연적으로 비정부단체(NGO: Non-Governmental Organization)의 시민운동으로 귀결된다. 자발적인 시민들의 의사를 반영시키는 시민사회가 이제까지 정부가 독점하고 있던 권력의 일부를 분점하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다. 수천 개의 시민단체가 새로운 생각을 만들며, 그것을 주장하고, 대중의 지지를 동원하고, 법적 과학적 기술적 정책분석을 제시하며, 봉사하며, 국가적 정책을 형성, 시행, 감시, 항의, 강화하고, 규범을 수정하도록 제도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우리 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점차 시민운동의 힘이 강화되고 활발하여짐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에 그 파급효과가 증가될 것이다.

시민운동 발생의 원인

정부와 기업에 대항하여 자의식을 가진 시민운동의 급속한 등장은 다음의 몇 가지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첫째로 시민단체와 시민운동의 증가는 현대적 의미의 빈곤의 증가와 맞물려 있다. 고전적 의미의 빈곤은 자본에 의한 노동의 착취였지만, 현대의 빈곤은 시장의 원리와 도시화로 말미암은 공해문제, 재해, 주택난, 교통난, 자연자원의 고갈, 먹거리, 환경의 파괴 등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따라서 시민운동은 삶의 질의 저하라는 박탈감과 관련되어 시작된 것이다.
둘째로 시민운동의 발생은 현대적 빈곤을 효과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정치인을 보면서,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환멸과 참여민주주의의 요청에서 비롯되었다. 많은 정치인은 시민의 뜻을 대변하는 대리인으로 뽑혔지만, 당선과 함께 시민의 요구를 떠나고, 그 이익을 효과적으로 집약하거나 표출하지 못한다. 정파와 당리당략에 따라 행동하는 정치에 만족하지 못하는 시민은 스스로의 힘에 의하여 정책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방법으로 주민운동 혹은 시민운동을 발생시켰다.
셋째로 시민운동의 증대의 요인은 현대적 빈곤에 대한 냉냉한 정부와 경직된 관료제도에 대한 시민의 실망과 불신 뿐 아니라 시민의 자조(自助)정신 및 자발성의 증대에서 찾을 수 있다. 부정부패 추방, 생활환경 개선, 합리적 경제질서 확립 등과 같은 사회개혁으로서 점진적 제도 개선이며 스스로의 노력으로 극복하려는 시민의 자립운동이다. 시민운동은 주로 켐페인, 매스미디어 홍보. 촛불시위 등과 같은 온건한 운동 방식을 많이 활용한다.

기독시민운동의 시대적 요청

그러나 기독시민운동은 계급의식이나 갈등의 해소라는 사회, 경제적 관점을 넘어서는 신학적 차원을 가진다. 시민사회의 중심적인 한 부분으로 존재하는 유형 교회는 국가나 시장의 일부라기보다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소명을 가지는 자발적인 비영리 조직이다. 이 시대는 천국 시민의 사회참여를 위한 무제한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첫째로 21세기의 시민사회를 맞는 교회는 전례가 없는 사역의 자유를 구가할 수 있는 교회이다. 교회는 자유로우며 어떠한 사회영역도 시민사회의 한 부분인 교회에 대한 우월한 권위를 주장할 수 없게 되었다. 대부분의 시민사회에서 교회의 사역은 거의 무제한으로 열려있다.
둘째로 21세기의 시민사회 속에 있는 교회는 정치나 경제나 사회나 문화나 예술이나 모든 영역에서 그 선지자적 메시지의 총체성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받고 있다. 모든 삶의 영역은 넓게 열리고 있으며 인간성의 발현은 그 전체적인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셋째로 시민사회 속의 교회는 이제 개인의 구원과 내적 경건에 과도하게 집중하였던 몇 세기를 보내면서 개인구원과 함께 사회적 사명의 완수를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복음이 개인과 집단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과 자연의 모든 관계에서 단절될 수 없음을 심각히 고려하게 되었다. 선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사도행전적 교회의 성령충만에 대조되는 기독교인의 윤리적 실천에 강조점을 두고 있는 바울서신의 성령충만을 강조해야 할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기독시민운동의 신학적 근거

이러한 사회 속에서 교회는 한편으로 현대적 빈곤을 겪고 있는 사회적 약자를 위하여, 다른 한편으로는 이 시대의 강도 만난 자를 위한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소명을 받은 교회이다. 고아와 과부, 억눌리고 병든 자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그 자체가 하나님께서 구하시는 사랑의 실천이며 선교의 일환이다. 그러므로 기독교인에게 있어서 시민운동은....
첫째, 총체적인 선교의 한 부분이다. 이는 정의와 사랑의 성품을 가지신 하나님의 명령에 대한 응답이며 공동체적인 삶에서 샬롬을 추구하려는 성도들의 노력의 한 부분이다. 해마다 모이는 한국시민단체 협의회에서 많은 시민단체의 지도자가 압도적인 다수의 신자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은 한국교회의 성도들이 이미 시민운동을 선교적 실천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로 다원화된 시민사회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을 통한 시민운동은 교회의 핵심 사명 중의 하나인 디아코니아(봉사)의 실현과 직결되어 있다. 교회가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도록 요청 받고 있는 이 시대 속에서, 성도들은 가정 파괴, 경제적 부정, 정치적 부패, 교육의 타락, 환경파괴 그리고 도시의 비인간화 등을 척결하고, 여러 형태의 강도 만난 자 - 실직자, 장애자, 여성, 아동, 노숙자 그리고 노인 등을 섬길 수 있다. 이러한 일은 교회의 본질적 사명의 일부이다.
셋째로 시민운동을 통한 공익의 달성과 사회적 피해자의 옹호는 기독교에 대하여 적대적인 현대 사회 속에서 사랑이라는 기독교의 본질을 지시하여 보임으로서 간접적인 전도와 교회성장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1960년대 초반의 제 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로마가톨릭이 사회적 약자를 향한 사회봉사의 좋은 모범을 이룩한 것은 로마가톨릭에 대한 사회적 평판을 높였을 뿐 아니라 교세 성장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기독시민운동의 전략

교회가 세상에서 소금과 빛이라 하심은 21세기의 한국 사회에서도 여전히 진리이다. 그리스도의 교회를 향한 이 말씀의 도전은 또한 시민운동의 중요한 두 가지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나는 기독교인의 표지를 붙이지 않고 사회의 부패를 막는 소금으로서의 시민운동, 또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인의 표지를 가지고 사회 속에서 시민운동을 하는 방법이다. 세상의 빛으로서 그리스도의 이름을 가지고 행하는 여성, 노인, 장애인, 외국인, 태아, 학생 및 빈민을 위한 시민운동에서 구태여 선한 행실을 하는 그리스도인의 표지를 숨길 필요는 없다. 교회의 선행은 세상으로 하여금 자신의 부패한 모습을 보게 하는 빛이 되고, 그것을 부끄럽게 하는 충격을 준다. 세상은 교회의 시민운동이라는 선행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된다. 기독교의 표지를 가진 사회봉사로서의 시민운동에 이어 종종 기독교인의 표지를 숨긴 사회활동으로서의 기독교인의 역할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세상의 소금으로서의 시민운동의 전략은 그리스도인의 표지를 가지지 아니하고 사회의 악과 부패 및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시민운동이다. 세상의 소금이 되어 녹는다 함은 사회의 각 영역에 침투한 신자들이 그 구조의 존재양식과 논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정치, 경제, 그리고 방송과 예술이 거듭난다는 것은 모든 것에 기독교의 표지를 붙인다는 의미가 아니라, 창조질서에 기반을 둔 모든 사회 영역이 봉사의 정신 속에서 하나님과 이웃을 위하여 공헌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기독교인은 일반적 사회정의의 관념과 상식에 호소하여 사역한다. 이러한 소금됨의 시민운동은 교회의 영역을 넘어선 공공의 영역에서 기독교인의 보편적 리더십을 확보시켜 준다.

기독시민운동의 소명

교회가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된다는 것은 어느 때보다 더욱 절실한 소망이다. 강하나 정의롭지 못한 정부와 부요하나 긍휼 없는 시장에서 기독시민운동은 사회에 만연한 죄의 파괴적 속성을 치유하고 각 영역의 균형 잡힌 발전을 이루려는 것이다. 기독시민운동은 부패한 이 시대의 현상인 가정 파괴, 경제적 부정, 정치적 부패, 교육의 타락, 환경파괴, 도시의 비인간화, 언론의 왜곡, 새로운 형태의 빈곤인 장애, 아동, 노인, 여성의 소외 속에서 소금과 빛이 되려는 것이다. 21세기를 맞아 새로운 실천의 장으로 주어진 시민사회 속에서, 한국 교회는 아름다운 지도력을 발휘하도록 부르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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