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적인 관점에서 보나 사회 전체적인 입장에서 볼 때 이와 같은 교회적 현실이 건강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한국교회는 자기 내부에 침투해 있는 신자유주의 논리나 행태를 극복하기 위해 그것과 어떤 방식으로 대결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그것이다. 종교사회학적인 시각에서 볼 때 현대 사회는 이미 세속화되어 있다. 여기서 세속화란 사회의 다른 제도들과 문화 및 학문에 대한 종교의 영향력이 현저하게 약화되는 비종교화 현상을 의미한다.

한국사회라고 이런 세속화의 흐름에서 자유로운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 사회 역시 거의 모든 영역에서 비종교화되어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기독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들이 사회의 여러 제도들에 대해 행사하는 영향력은 정말로 미미할 정도이다. 이렇게 한국사회에서 종교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보다는 사회가 종교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크다는 사실은 자명한 일이다.

교회의 경제중심주의에는 사회적 원인 이외에 교회적 배경도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곧 개교회주의란 것이다.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개교회주의를 그 운영 원리로 삼고 있다. 개교회주의란 교회가 그 목표를 설정하고 활동을 전개하며 교회 내의 인적 물질적 자원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개별 교회 내부의 문제, 특별히 개별 교회의 유지와 확장에 최우선권을 부여하는 태도와 방침을 말한다.

재정적인 면에 있어서 개교회주의는 개별 교회가 독자적인 재정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런 현실에서 교회들이 신자유 주의가 강조하는 경영 마인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교회들이 처하고 있는 세속화와 개교회주의라는 상황은 변화될 수 없는 고정적 조건 가운데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교회 공동체가 시장화되고 있는 오늘의 교회적 현실은 기독교 복음에 명백히 위배된다. 따라서 이런 상황은 어떤 형태로든 극복되어야 할 과제이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의 내부적 갱신운동을 시도하는 것은 신앙적으로나 신학적으로 정당하다. 왜냐하면 세속화와 개교회주의라는 강고한 현실적 조건들 때문이다.

기독교 윤리는 신앙의 실천성 뿐만 아니라 그 현실성까지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당성이 없는 현실성이 맹목적이라면 현실성없는 정당성은 공허한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신자유주의적 교회 질서의 문제를 숙고하는 기독교윤리는 직접적인 교회 개혁보다는 사회 개혁을 매개로 하는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교회 개혁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방식의 교회 개혁운동을 구체화시키기 위해 교회와 시민운동단체의 결합을 주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