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갈등

우리 사회에서 존재하는 갈등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계층 갈등인 것이다. 이것은 지역 갈등과 이해 집단 갈등이다. 계층 갈등의 결정적인 원인은 역시 빈부 격차의 심화이다. 부자와 빈자의 경제적 차이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물론 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분배란 사회 구성원들이 경제활동을 통해 얻은 재화들을 서로 나누어 소유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분배는 재화의 종류에 따라 서로 나누어 소유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분배는 재화의 종류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곧 부 혹은 자산의 분배와 소득의 분배가 그것이다.

부나 자산은 특정한 시점에 경제 주체가 보유하고 있는 고정적 재화를 뜻한다. 고정적 재화로서의 부는 크게 두 가지 형태, 곧 실물 자산과 금융 자산으로 나뉠 수 있다. 실물 자산은 다시 소비적 자산과 생산적 자산으로 나뉜다. 소비적 자산은 일정한 기간동안 가계에서 소비되는 부를 의미하는 데 반해 생산적 자산은 영리를 목적으로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부를 지칭한다.

가전제품, 자가용, 주거하는 주택 등이 소비적 자산에 속한다면 생산 기계, 공장 설비, 영리 활동을 위해 사용되는 토지나 건물 등은 생산적 자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금융자산은 직접적으로 화폐로 표현되거나 환산될 수 있는 부를 의미하는데 현금, 은행 예금, 회사채, 주식 등이 여기에 속한다.

부와 대비되는 재화의 형태는 소득이다. 소득이란 일정 기간 동안 경제 주체에로 흘러 들어가는 유동적인 재화를 가리킨다. 소득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중요한 소득의 형태로는 노동 소득과 부와 관련된 소득을 들을 수가 있다. 노동 소득은 노동에 대한 대가로 얻는 소득인 반해 부와 관련된 소득은 자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을 의미한다. 부에서 나오는 소득은 다시 자본 이득과 재산 소득으로 나뉜다. 자본 이득은 토지나 주식의 매매 차익과 같이 자산의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생겨나는 소득이라면 재산 소득은 이자나 임대료와 같이 자산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얻는 소득이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러나 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노동에 대한 근로 소득 이외에 자산에 따르는 자본 이득이나 재산 소득을 얻을 수가 있다. 그러나 부를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은 노동 소득만을 벌 수 있을 뿐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부의 규모가 크고 부의 분배가 불균등 할수록 그만큼 부에서 나오는 소득의 규모도 커지고 부와 관련된 소득의 분배도 불평등해진다. 또한 부의 분배가 전체 소득의 분배의 분배가 뚜렷한 평준화 경향을 보이더라도 부와 관련된 소득의 불평등한 분배로 인해 전체 소득의 분배는 향상되지 않거나 심지어는 악화될 수 있다.

한국사회의 분배 구조

한국 사회는 IMF 경제위기 이전까지 우리 사회의 소득 분배는 비교적 균등하게 이루어진 편이었다. 그러나 경제위기 이후 분배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강력한 기업 구조조정으로 실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양산되었고 그러 인해 노동 소득의 분배는 상당한 정도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실질적인 실업률의 증가 이외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양산도 노동 소득의 분배 구조를 왜곡시키고 있다. 일용직과 임시직으로 구성된 비정 규직 노동자에 대한 대우는 상당히 열악하다. 이들의 노동 소득은 정규직에 비해 절반 밖에 받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부동산인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들이 불균등하게 분배됨에 따라 주택으로 부터 파생되는 소득의 분배 또한 불균등해지고 있다. 현재 전국 아파트 가격은 상승됨에 비례하여 소수의 다주택 소유자에게 엄청난 이익이 귀착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에서 우리는 부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의 격차가 상당한 정도로 확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사회의 소득의 격차가 확대됨은 물론 노동 소득의 분배까지도 불균등해지면서 전체 소득의 분배가 빠른 속도로 악화되어 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우리 사회의 중산층이 몰락한 사회가 되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분배가 과도하게 불평등해지면서 계층간의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이 사회적 통합을 근본적으로 훼손시킬 수 있음은 물론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경쟁의 치열성, 경쟁 과정의 불공정성, 불로 소득의 만연 등으로 인해 사회 구성원들이 느끼는 분리감이나 박탈감이 실제의 사회적 불평등보다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분배 상황이 이전보다 더 불균등해질 경우 계층 간의 갈등은 통제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를 수 있다. 여기서 분배 구조의 악화를 저지하고 부와 소득을 더 정의롭게 분배하는 일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긴급하고 중요한 사회적 과제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신학의 과제

한국교회와 그 구성원들이 다른 종교들에 대해 적대적이고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신학이 종교적 다름을 수용할 수 있는 종교적 에토스를 형성하는 일은 유의미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이런 신학적 작업은 우리 사회에 종교적 관용을 확대시켜 성숙한 종교문화가 정착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해소하는 문제와 관련해서 신학적 과제가 종교 간의 갈등을 숙고하는 과업에만 한정되어서도 매우 곤란하다. 왜냐하면 한국사회 전체를 놓고 볼 때 종교 갈등은 부차적이고 주변적인 갈등에 불과하고, 그래서 종교 간의 갈등이 해소된다고 하더라도 중심적인 갈등등은 여전히 남아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신학이 종교 갈등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핵심적인 사회적 갈등인 계층 갈등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 상황은 갈등의 사유화를 연상시킨다. 갈등의 사유화란 정치 엘리트들이 한 사회의 지배적인 사회적 갈등을 배제하고 자신들이 선호하는 갈등만을 선택하여 이슈화하는 태도이다. 개신교의 엘리트인 신학자들이 이렇게 갈등을 사유화할 때 한국교회는 대중의 절박한 사회적 요구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간 관념적 종교로 전락할 위험성을 지닌다. 따라서 우리의 신학계가 종교 갈등에만 관심하고 분배 구조의 악화로 인한 계층 갈등을 도외시하는 현재의 분위기는 어떤 형태로든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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